세계사 이야기

평화 우선해야 할 ‘코소보 사태’

부비디바비디 2008. 2. 24. 12:52

코소보 지역이 어제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냉전 종식과 함께 시작된 옛 유고연방 해체 과정의 최신판이다.

지난 10여년 ‘발칸의 비극’을 봐온 터라 새로운 유혈사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간 코소보 문제에 관여해 온 유엔·미국·유럽연합·러시아 등과 세르비아는 무엇보다 평화를 우선해야 할 것이다.

코소보의 독립 선언이 갑작스런 일은 아니다.

세르비아가 코소보 독립 움직임을 무력으로 저지하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1999년 78일 동안 공습을 가해 세르비아군을 코소보로부터 철수시킨 바 있다.

이런 ‘코소보 분쟁’으로 1만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지고 수십만명이 ‘인종청소’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이후 코소보는 유엔의 위임통치를 받고 있으며, 코소보의 최종 지위를 결정하기 위한 국제협상이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나 합의를 이루는 데는 실패했다.

유럽연합 나라들 대부분과 미국은 독립을 지지한 반면, 러시아와 세르비아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초 세르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친유럽 온건파가 승리하자 코소보가 독립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코소보로서는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할 수 있다.

코소보와 세르비아는 민족과 종교를 모두 달리한다.

200만명의 코소보 인구 가운데 90%는 이슬람계 알바니아 사람인 반면,

슬라브계인 세르비아인들은 주로 세르비아 정교를 믿는다.

게다가 양쪽의 충돌이 되풀이되면서 같은 국민이라는 정체성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그래서 유럽연합은 코소보 독립을 지지하는 대신 세르비아를 유럽연합에 통합시키는 쪽으로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

문제는 파장이다. 러시아는 코소보 독립이 자국내 체첸공화국의 독립 움직임을 부추길까봐 우려한다.

바스크족의 분리운동에 시달리는 스페인의 처지도 비슷하다.

코소보 독립이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지면 코소보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세르비아인들이

다시 분리운동에 나서 새로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분리 독립 운동을 벌이는 여러 지역에 공통으로 적용될 해법은 없다.

긴 시야를 갖고, 당사자와 국제사회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코소보의 독립 선언은 사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코소보와 세르비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또한 시험대에 올랐다.

발칸반도가 더는 ‘유럽의 화약고’가 돼선 안 된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