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가 되는 이야기

맹부 아빠가 아이들을 성공시킨다!

부비디바비디 2008. 2. 2. 19:03
맹부 아빠가 아이들을 성공시킨다!
‘치맛바람’보다 효과적인 ‘바짓바람’
자녀교육이 엄마들만의 몫이었던 시대는 지나갔다. 바야흐로 ‘아빠 교육’의 전성시대. 교육전문가들은 아빠의 한 마디 말이 엄마의 열 마디 말보다 낫다고 입을 모은다. ‘공부 잘하는 아이’ 아닌 ‘성공하는 아이’ 만드는 맹부 아빠 교육법 총망라!

아빠 교육이 아이들에게 중요한 이유

예전엔 ‘바깥양반’인 남편은 밖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집사람’인 아내는 가사와 자녀교육에 힘쓰면 훌륭한 집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아내인 동시에 엄마인 이들이 점점 사회에서 굵직굵직한 일을 해내고 있고, 남편인 동시에 아빠인 이들은 집안일과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들을 무척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아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여성과 남성으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엄마와 아빠 양쪽 모두의 적극적인 교육과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을 성공시키려면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말한다. 얼마 전 종영된 KBS2 ‘그랑프리쇼 불량아빠클럽’에 출연했던 아동심리전문가 이보연 씨는 ‘아빠 리더십’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아빠는 제2의 엄마가 아니”라며 아빠의 역할을 강조한다.
“아이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만들고, 사회성을 기르고, 자제력을 키워주는 일 등에서 아빠는 엄마보다 효과적입니다. 아이에게 모성이 ‘돌봄’으로 느껴진다면 부성은 ‘절제’와 ‘단호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빠는 사회생활에서 얻은 넓은 세계관과 다양한 상식, 인간관계의 노하우를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아빠와 친한 아이는 사회성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앙대 유아교육과 이원영 교수는 아버지가 아이들의 생활과 학습에 관심을 갖고 궁금해하며 “야, 대단한 일을 해냈구나”라고 인정해주면 아이들은 신나서 새로운 것을 더 배워 아빠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아빠라는 존재가 사회규범이나 객관적인 지식을 대표한다고 아이들이 이해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이들 문제를 아내에게 완전히 맡겨놓고 있다가 청소년이 된 후에 예절이 어떻고, 성적이 어떻다고 꾸중을 해봤자 아이들은 반항심만 늘게 된다. 아기였을 때부터 꾸준히 아이의 생활과 학습에 관심을 갖고 대화를 나누는 아빠는 아이 성공의 길잡이이자 평생 친구가 된다.
무엇보다도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데서 얻는 가장 큰 소득은 아이들에게 ‘내가 부모에게서 사랑받고 있구나’ 하는 충만한 기쁨을 주는 것이다. 그로 인해 아이들은 ‘나도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구나’ 하면서 강한 자존감을 얻고 무슨 일이든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성취하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아빠들은 아이들에게 성공의 열쇠를 안겨주는 셈이다.
놀이와 대화, 여행, 학습지도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쏟는 이 시대의 ‘맹부 아빠들’에게서 좋은 아빠 되는 방법을 배워보자.

자녀교육에 성공하는
아버지가 되기 위한 십계명

1. 하루에 30분만 자녀에게 투자해라
자녀를 단지 마음속으로만 사랑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이것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하루에 30분만은 자녀를 위한 시간으로 비워두라.
2. 가족을 우선으로 생각하라
가족을 먼저 생각한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정과 사회, 두 곳에서 모두 성공한 사람들도 많다.
3. 자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라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간절히 원한다. 부모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바쁜 아버지일수록 더욱 ‘사랑한다’고 표현해야 한다. 직접 말할 자신이 없다면 편지를 써보자.
4. 집에 와서 TV부터 켜지 마라
TV를 끄면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관계가 돈독해진다. 자녀와 함께 운동하고 독서할 시간도 생긴다.
5. 독서습관만큼은 아버지가 잡아주자
인성이 훌륭하고 똑똑한 아이로 기르고 싶거든 반드시 독서하는 습관을 길러줘라. 아버지가 직접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독서일기장, 독서기록장을 쓰도록 유도하자.
6. 아침식사는 반드시 가족과 함께 하자
바쁜 아버지일수록 아침식사만큼은 자녀와 함께 해야 한다. 그 시간 동안 자녀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아버지의 존재를 느끼게 해줄 수 있다.
7. 자녀와 자주 여행하며 세상을 가르쳐라
여행을 통해 자녀에게 세상을 가르쳐라. 교과서와 책만으로는 부족한 것들이 많다. 자녀와 여행을 함께하면 정도 깊어진다.
8. 자녀의 인성교육은 아버지가 맡아라
아이가 예절 바르고 인성적으로도 훌륭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노력이 필수다. 어머니 혼자 자녀교육을 전담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예절과 인성 교육만큼은 아버지가 책임지자.
9. 자녀의 진로 지도, 아버지가 잘할 수 있다
자녀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회 경험이 많은 아버지는 자녀의 진로 지도를 해주기에 적격이다.
10.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홀로 서게 하라
자녀들은 어느 정도 자라면 자신의 세계를 갖게 되고 독립하고 싶어한다. 이것은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이다. 부모가 자녀를 홀로 서게 해야만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자녀 성공의 key는 아버지가 쥐고 있다’
(이해명 지음/ 예담프랜즈 펴냄) 중에서

이 시대의 맹부 아버지 1
눈높이 대화와 칭찬으로 아이 키우는
소아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씨

“칭찬이 보약보다 아이를
건강하고 똑똑하게 만듭니다”

아빠 손석한 씨와 아들 준석이는 언제나 ‘쿵짝’이 잘 맞는 커플이다. 아이가 하고 싶다는 것에 즉시 반응하며 함께하는 것이나 속닥속닥 귀엣말을 하는 모습도 어색하지 않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준석이는 학교에서 오자마자 아빠에게 오늘 일어났던 일들을 재잘거리며 이야기한다. 이렇게 유달리 사이좋은 부자 때문에 가끔 엄마는 샘을 낼 정도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면서 노력하는 그의 행동은 사실 당연하다. 바로 그가 아이들의 문제점을 짚어주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소아정신과 의사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제가 아이들을 치료하니까 아들과도 당연히 사이가 좋은 것 아니냐고 단정짓듯 말하기도 해요. 하지만 전문가라고 해도 내 아이와의 관계를 쌓아나가는 데 큰 노력이 드는 건 마찬가지예요. 더구나 나 자신이 머리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이론이라고 해도 내 아이에게 실제적으로 적용할 때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지요.”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그날따라 유달리 말을 안 듣는 준석이에게 꾸중을 하다가 뺨을 툭 건드린 것. 물론 전혀 아프지 않게 손으로 뺨을 살짝 건드린 것이었지만 아이가 깜짝 놀라고 금방 풀이 죽어 아빠인 자신이 너무 속상할 정도였다. 그때부터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손을 대지 않고 대화로만 문제를 해결해나가자고 굳게 다짐했다.
“몇 년 전에 아내가 아이에게 보약을 먹여야겠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아내야 엄마로서 건강이 걱정되니까 당연히 나온 말이겠지만, 솔직히 전 동의를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아내한테 보약 대신 칭찬을 많이 해주면 아이가 건강하게 자란다고 주장했죠. 아내는 반신반의했고요. 그런데 정말로 칭찬을 많이 해주니까 아이가 너무 건강하게 자라는 거예요. 그걸 보더니 아내도 더 이상 보약 얘기는 안하더군요.”
이런 그의 말이 다소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칭찬을 들으면 몸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신경물질이 분비되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을 억제하기 때문에 몸의 면역체계가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임상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그는 진료실에서도 언제나 부모에게 먼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달라고 설득하면서 아이를 위한 칭찬을 많이 해줄 것을 몇 번이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아이와 잠시 문제가 있어서 전문가를 찾더라도 부모가 먼저 터놓고 고민을 듣고 대화를 시작하면 아이와의 문제는 쉽게 풀리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런 그의 부탁을 잘 따라 해주는 부모도 있지만, 어떤 부모들은 진료를 받는 도중에도 수시로 아이에게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어떤 부모님은 아이와 진료실에 와서도 똑바로 앉아라, 선생님이 묻는 말에 대답해라 하면서 간섭을 하세요. 물론 예절을 지키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긴 하지만 진료를 받으러 온 상황에서도 아이에 대한 지시를 멈추지 않는다는 건 아이를 믿지 못하고 마음을 닫고 있다는 반증일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치료를 아무리 해도 효과가 없게 되죠. 아이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방법은 바로 부모가 변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아이와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하게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적 풍요가 아닌 부모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생활은 과거보다 더 풍요롭고 여유로워졌고 부모들도 아이들을 더 많이 사랑하는데도 마음이 아파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은 더 많으니 참 아이러니해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아이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래야만 아이가 커서도 독립적인 인격체로 건강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대의 맹부 아버지 2
딸과 건축 답사 여행을 한
건축평론가 이용재 씨

“여행으로 아이에게
문화와 역사는 물론 인생까지
가르칩니다”

“요즘 교육 정말 큰일이에요. 아이들의 인격적인 소양을 길러주기보다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방법만을 가르쳐주는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고 할까요. 아빠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아빠라면 자식을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교양인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의무 아닙니까.”
대뜸 만나자마자 요즘 아빠들의 직무 유기에 대해 일갈하는 이용재 씨. 그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문학적 소양이며 이를 키우기 위해선 여행이 최고라고 주장한다.
“잡지사에 다니다가 출판사를 설립했는데 내는 책마다 모두 적자를 보면서 빚더미에 올라앉았어요. 그런 와중에 결혼을 해서 딸 화영이를 얻으니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돈을 벌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IMF가 터지면서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었죠. 그나마 유일하게 좋은 점은 딸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거였어요.”
결국 아내 대신 전업주부 역할을 하게 된 그는 딸에게 밥을 해 먹이고, 틈틈이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흔한 여행이 아닌 자신의 전공인 건축과 연관된 문화재 답사에 나선 것이다. 이후 생계를 위해 택시를 운전하면서부터는 일요일마다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문화답사에 나서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되었다.
“저는 여행지에 도착해선 충분하게 여유를 가지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지만, 아이를 무조건 편하게 대해주지는 않아요. 힘든 여행 속에서 자신을 깨달아가는 게 바로 인생 교육이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경우가 초등학생이던 딸과 함께한 제주도 여행. 남들은 비행기를 타고 가지만, 그는 일부러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배를 택했다. 때마침 태풍이 불어 비는 쏟아지고 파도 때문에 배가 흔들리자 딸이 돌아올 때는 비행기를 타자면서 엉엉 울었다고. 그런 딸의 모습을 보니 가슴은 아팠지만 결국 돌아오는 길에도 독하게 배를 택했다. 앞으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이런 사소한 어려움에 굴복하는 건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그만의 소신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아이가 크니까 자기주장이 생겨서 잘 따라나서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자기 혼자서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혼자서 어디를 갈 것이며 어떻게 여행비용을 마련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다 해결한다고 큰소리를 땅땅 치더라고요.”
아빠와의 여행을 거절한 딸이 은근히 괘씸했던 그는 일부러 딸이 여행준비 하는 것을 도와주지 않고 보기만 했다. 그럼에도 딸은 혼자서 척척 자신만의 첫 해외여행을 준비했다. 심지어 여행비용도 의상디자이너가 꿈인 딸이 직접 디자인한 옷을 친구들에게 팔아 조달했다. 여행 후엔 양주도 한 병 척 내놓더라고.
무엇보다 또래들에 비해 여행을 많이 해서 그런지 아이의 생각의 폭도 넓어진 것 같아 흐뭇하다. 그러나 아이가 커가면서 여행보다는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공부에 쫓기는 걸 보면서 일말의 안타까움도 커져 가는 게 사실이다.
“처음에 아내와 결혼할 때 약속한 게 있어요. 절대로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말자, 돈을 버는 방법만큼이나 값지게 쓰는 방법을 가르치자였죠. 그리고 다시 틈이 나면 아이와 여행을 떠날 예정이에요. 여행을 통해 아이가 크는 만큼 저자신도 성장하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요.”

아빠와 아이의 여행을 더욱즐겁게 해주는 것들
1 아이와 여행을 갈 땐 스케치북과 크레파스, 사진기 등을 가져가자 아이는 새롭고 낯선 곳을 보면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한다. 이런 때를 대비해서 작은 스케치북과 크레파스, 물감 등을 챙겨가 여행 중에 맘에 드는 경치를 그리게 하자. 아이에게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키게 할 뿐 아니라 사진보다 생생한 추억을 남겨줄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중학교 이상의 나이라면 사진기나 노트를 가져가 직접 사진을 찍게 하고 자신의 느낌을 즉석에서 글로 남기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
2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자 모처럼 가족과 함께 야외로 떠나는 아이들은 흥분한 나머지 즉흥적이거나 돌발적인 행동을 할 때가 많다. 특히 아이가 어릴 경우엔 부모가 조금만 주의를 덜 기울여도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이럴 때는 항상 아이의 위치를 점검하면서 이동하고, 아이에게 위험한 행동에 대해서는 미리미리 주의를 주어야 한다.
3 아이에게 조용히, 얌전히 있기를 강요하지 말자 어린아이들은 호기심은 강하지만 인내력이나 집중력은 아직 발달되지 않은 상태. 따라서 아이에게 20분 이상 집중할 것을 요구하거나 조용히 있도록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낯선 곳에 나간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면서 호기심을 발산하고 싶어한다. 아이들의 이러한 특성을 파악하여 아이와 여행을 떠날 때는 한가롭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장소를 골라 여유롭게 일정을 짜자. 장소 역시 수목원, 동물원, 농장, 산이나 계곡, 바다 등 자연을 맘껏 느낄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선택하고, 아이가 중간중간 쉬면서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시간을 배분한다.
4 아이들의 등에도 배낭을 메어주자 가족여행을 갈 때 부모가 가지는 또 다른 부담은 아이의 짐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 그러나 아이가 혼자 걸어다닐 수 있고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라면, 아이의 배낭을 마련하여 아이의 등에 메어주자. 배낭 안에는 주로 아이가 쓰는 물건들, 즉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손수건, 조그만 물통이나 과자 등을 담아준다. 이렇게 아이에게 배낭을 메어주면 아이는 나도 내 물건을 챙긴다는 자신감과 자랑스러움을 느낄 뿐 아니라 책임감도 배울 수 있다.

이 시대의 맹부 아버지 3
놀이를 통해 자녀사랑 키워가는
‘아빠와 추억 만들기’ 권오진 씨

“잘 노는 아빠가 아이들을 성공시킨다”

아홉 살 기범이는 최고의 아빠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언제나 머릿속에 아이와 함께 놀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한 아빠 권오진 씨가 곁에 있기 때문이다.
“평소 아빠노릇을 잘해야 정년퇴직 후 왕따를 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거기다 아빠와 아이가 잘 노는 가정은 항상 집안에 온기가 흐르고 행복함이 넘쳐흐른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 역시 아이와 잘 놀아주는 아빠는 아니었다. 광고대행사를 경영하느라 늘 출장과 일에 바빴기 때문. 그런 그가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된 건 바로 IMF 시절 13년 동안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나면서부터였다.
“회사가 망하자 집도 팔아넘기는 등 우울한 상황이 계속되었어요. 그 와중에도 아이들과 함께 놀다 보면 힘이 났죠. 아이들에게 기운을 북돋워주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해 즐겁게 해줬어요. 그래서 이참에 아빠와 자녀가 함께하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죠.”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이 아빠와 추억만들기(www.sw dad.com)라는 답사 프로그램. 예상대로 아빠가 어릴 때 즐겨 하던 추억의 놀이를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든 이 프로그램은 다른 가족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사실 아이들과 교감할 시간은 초등 3~4학년 정도까지 10년이 채 안 돼요. 그런데도 아빠들은 일단 돈을 벌어 여유가 생기면 놀아주자라는 생각만 해요.”
무엇보다 아빠가 아이와 친해지면 속마음도 알 수 있고, 소질과 재능도 파악해 키워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한다. 또 아이의 고민거리나 구체적인 꿈도 알 수 있으며, 인성교육도 절로 된다는 게 그의 주장. 실제로 이런 지론은 자녀 규리와 기범이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딸 규리는 미술학원을 다닌 적이 없지만 캐릭터, 삽화, 만화 솜씨가 수준급이다. 덕분에 아빠가 연재했던 칼럼의 삽화가로 공동작업을 하기도 했다. 아들 기범이 역시 어린 시절엔 내성적이고 소심한 편이었지만 그동안 아빠, 누나와 함께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경비행기 타기, 도자기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과 도전을 하면서 자신감과 외향성을 길렀다.
“아이들에게 절대로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아요. 대신 몸소 체험하게 하죠. 또 꾸중을 할 때는 엄격하게 잘못을 꾸짖죠. 현대의 아빠는 언제 보아도 좋은 친구처럼 푸근한 관심과 사랑을 보내는 한편,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태도를 동시에 지녀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이유로 보통은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권오진 씨에게도 몇 가지 엄격한 규칙이 있다고. 가장 큰 규칙은 컴퓨터 게임 금지. 아이들의 창의력은 키우지만 중독성이 강해 마약과 같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오후 8시면 TV 전원을 끄고 대신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한다.
“현대 사회에서 정말 좋은 아빠는 아이가 하라는 대로 무조건 다 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찾아서 발전시켜주고 잘못은 엄하게 꾸짖어야 해요. 예전엔 이런 교육이 가족들이 함께 밥을 먹는 밥상에서 행해졌지만 이젠 그럴 수가 없습니다. 아빠의 습관을 바꿔야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어요.”

이 시대의 맹부 아버지 4
인터넷 사이트를 활용해 사교육 대신
아빠표 학습 실천하는 ‘삼천지교’회원 아빠들

인터넷 학습 사이트로 유명한 ‘삼천지교’에는 아이들 학습에 관심이 많은 아빠들의 커뮤니티 ‘아빠 방’이 있다.
그 첫 번째 오프라인 정기모임에 여성조선이 참석해 ‘아빠 선생님들’이 자녀들을 직접 가르치는 이유와 방법을 알아봤다.

‘아빠 선생님’이 활용하기 좋은 학습 자료 인터넷 사이트
‘삼천지교’운영자 김경훈 씨
‘삼천지교’는 제목처럼,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의 교육에 필요한 자료를 공유하고, 교육에 대한 고민도 나누는 학습 사이트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 김경훈 씨는 5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의 교육카페 ‘에듀탑’을 만든 주인공이다. 카페 회원들의 요구가 커지자 회사 형태의 본격적인 교육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동창 2명과 함께 지난 5월에 ‘삼천지교(www.3000jigyo.com)’ 를 만들었다. 김경훈 씨가 ‘에듀탑’ 카페를 만든 이유는 사교육비 때문이었다.
3년 전 데이콤에서 대리로 근무하던 김경훈 씨는 직장 상사의 집들이 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초등학교 5, 6학년인 직장 상사의 두 자녀에게 들어가는 한달 사교육비가 3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이었다.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고 아이의 공부를 돕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각종 자료를 카페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인터넷을 이용하는 저의 작은 재주를 활용해 여러 사람이 도움을 받았으면 했습니다.”
카페의 풍부한 학습 자료에 대한 소문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지금은 회원수 5만 명이 넘는 활발한 카페가 되었다. 올 5월에 연 ‘삼천지교’에는 ‘아빠방’ 커뮤니티가 생겼다.
“아이디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아빠방’을 만들기 전에는 엄마인 줄 알았던 회원들 중 상당수가 사실 아빠더라고요. 앞으로도 많은 아빠들이 아이 학습을 위해 시간을 내고 함께 해줬으면 좋겠어요.”


막시무쓰| 김경훈 39
인터넷 학습사이트 ‘삼천지교’ 대표. 초5 아들
“아이의 학습을 위해서는 동기 부여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자신이 공부를 왜 하는지를 알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됩니다. 이른바 ‘자기주도학습’을 하게 되는 거죠. 초등학교 때 자기주도학습의 습관만 잡아놓는다면 본격적인 공부는 중학교 때 해도 늦지 않는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래서 아들 민성이와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꿈이 무엇인지, 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찾아봤어요. 민성이는 다행히 자신의 꿈을 일찍 발견했죠. 로봇에 관심이 많아 과학자가 되겠다고 해요. 그래서 아이는 3학년 때부터 로봇 만들기를 하고 있어요. 로봇을 만들려다 보니 저항값 계산 등을 위해 수학을 공부하고, 우리나라 책만 읽어서는 부족하니까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더라고요. 그렇게 여러 가지 과목으로 관심이 확장해 가면서 학업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대구 남부교육청 영재교육원에도 합격했어요.
저희 아이는 학원에는 보내지 않습니다. 수학을 무척 잘하는 아인데 어떤 학원에 가서 경시대회 문제를 푸니까 20~30점밖에 못 맞더라고요. 문제풀이를 위한 문제풀이는 오히려 사고력을 가둔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잠깐 학원에 보낸 적이 있는데 별로 성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초록별| 신홍식 42
자영업. 초5 아들, 초2 딸

“2년 6개월 전부터 아이들 공부는 제가 시켰죠.
일단 실력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아이에게 문제를 풀게 하고 설명해준 후 세 시간쯤 지나 다시 그 문제를 풀어보게 했더니 또 틀리더군요. 역시 개념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고 전과를 한 권 사왔습니다. 그날부터 하루에 두 과목씩, 전과 한 페이지에서 두 페이지 씩 읽고 설명해주기 시작했어요. 수학 문제는 매일 풀고요. 4학년 2학기까지 그렇게 했죠. 처음엔 무척 힘들었어요. 그만큼 양을 공부하는 데 하루에 두 시간씩 걸리니 아이도 무척 힘들어했죠. 하지만 점점 시간이 줄어들더니 이제는 한 과목 설명하는 데 보통 25분 정도면 끝나요. 5학년 2학기 전과는 이미 방학 때 다 뗐어요.
전 아빠들이 하루에 10분만이라도 아이들 공부를 봐주면 그 효과가 엄청날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사회 경험이나 시사적 상식이 도움되는 사회, 과학, 수학 같은 과목은 아빠가 엄마보다 훨씬 더 잘 가르쳐줄 수 있다고 생각하죠. 10분이 20분이 되고, 20분이 30분이 되면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날걸요.
아들과 함께 공부를 하면서 부자 사이도 더 좋아졌어요. 얼마 전엔 아들과 단둘이 태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아들이 저를 굉장히 어려워하는 것 같더니 여행 후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하얀바람| 이충호 39
영상 제작. 초5 아들, 초1 아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책도 많이 읽어주고 했는데 요즘은 그때보다 신경을 덜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사회나 국사 등 시사적인 상식이 도움이 되는 과목에서는 설명을 해주고 공부에 도움을 주죠.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아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이가 잘하는 것과 꿈을 알아내는 것 같아요. 큰아이는 언어에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알게 된 분이 중국에 계시는데 방학에 한번 보내보라고 하셔서 공부보다는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오라고 보냈습니다. 그런데 큰아이가 중국어에 재능을 보이고 굉장히 재미있어 했어요. 1년 남짓 있다가 우리나라에 돌아와 토요일에 4시간씩 학원에 보내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학원에 보내지 않아요. 저희 아이는 학원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요.
큰아이는 또한 요리를 좋아하는데, 저는 아이가 요리사가 된다고 해도 밀어줄 생각입니다. 다만 지금은 ‘요리사도 크게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며 학습에 대한 관심과 연결을 하려고 하고 있지요.
요즘엔 퇴근 무렵이면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숙제가 뭐냐’고 묻고 거기에 관련된 자료를 좍 프린트해요. 시험기간이면 시험 범위의 문제를 프린트해 가서 문제 풀이를 돕곤 합니다.”

미래짱| 유덕기 39
건설업. 초2 아들, 7세 딸

“제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 주말이면 무조건 집을 나서기로 아이들과 약속했습니다. 1박2일 정도의 여행은 물론 하다못해 집 앞 마트에 가거나 동네 공원에 가더라도 일단은 집 밖으로 나왔어요. 그렇게 4~5년이 되다 보니 아이들이 못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또 한 가지, 아이들이 세 살 때부터 책을 읽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줬고, 책을 바닥에 깔아줄 정도로 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죠. 옥편과 영어사전, 국어사전을 갖다놓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같이 찾아보면서 책을 봤어요. 그렇게 한 6년을 했더니 이제는 그게 습관이 되어서 공부를 하다가 ‘쉬자’ 하면 쪼르르 책장으로 가서 책을 꺼내와요. 만화책일 수도 있고 동화책일 수도 있죠. 요즘도 한달에 40~50권 정도 책을 사고, 온 가족이 도서관 대출증을 만들어 30~40권 정도는 빌린답니다.
아들은 자동차에 관심이 많습니다. 가지고 있는 모형 자동차만 200대가 넘어요. 국내에 있는 모든 자동차 회사의 카탈로그는 다 모았죠. 처음엔 차 외형에 관심이 많다가 다음엔 차 내부에, 그다음엔 가격에 관심을 갖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큰 숫자에 대한 개념도 생겨나고, 경제 개념도 생기더군요.

사랑과 진실| 장진영 41
지하철 승무원. 초6 딸, 초4 아들, 초2 딸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아내는 아이들의 학습까지 돌볼 여유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게 되었습니다. 큰아이는 딸인데, 첫아이다 보니 제가 모든 면에서 정성을 많이 들였습니다. 어렸을 때는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많이 읽어주었죠. 큰아이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해도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무척 잘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삼천지교 등의 학습 사이트에서 문제를 뽑아 주는 역할만 하죠.
그런데 둘째가 학습면에서는 좀 떨어집니다. 어렸을 때 큰아이만큼 신경을 못 써준 것이 사실인데, 요즘 그런 것이 결과로 나타나더라고요. 얼마 전 둘째가 기말고사라기에 인터넷 사이트에서 문제지를 출력해서 풀게 했습니다. 그런데 20~30점밖에 못 맞더라고요. 충격을 받아서 당장 회사에 3일간 휴가를 내고 아들 시험공부를 도왔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각 단원의 요점 정리한 내용을 프린트해주고 문제를 풀도록 했죠. 그랬더니 기말고사에서 80점 정도를 맞았더라고요. 저는 아이의 그 정도 점수에 만족합니다. 80점 정도만 맞으면 기본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정도만 유지하면 이후에 공부를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상위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장사임당| 장명우 39
프리랜서 CF감독. 5세 딸

“아내가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칩니다. 그래서 영어 공부는 주로 아내가 시키고 저는 아이의 감성적인 면을 맡고 있어요. 아직 아이 나이가 어려서 본격적으로 학습을 시키고 있지는 않지만, 아이와 함께 요리를 만들고 음악을 들으며 예능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있죠.
제가 생각하기에 아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그 세상에 있는 다양한 직업의 가치를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어렸을 때 연극영화과를 나오면 다 배우가 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저처럼 CF감독도 하고, 아트디렉터도 하고, 영화도 만들고 여러 가지 직업에 종사하더군요. 아이들이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아내에게 완전히 미뤄두었던 영어 공부에 저도 조금씩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아빠는 영어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오기가 생겼어요. 저도 배우는 셈치고 영어 동화책을 열심히 읽어줬더니, 아이가 굉장히 좋아합니다. 동화책은 엄마보다 아빠가 더 재미있게 읽어준대요.”

취재_박혜전 기자, 오유경(프리랜서) 사진_신승희, 김맑음, 김석호, 멘토프레스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