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이야기

거실을 도서관으로

부비디바비디 2006. 10. 11. 10:47
우리 집 거실, 꿈 자라는 도서관이 됐어요
[조선일보 2006-09-18 03:05]

기술·방법·습관까지 잡는 독서 지도법
“책 읽자” 말보단 일상에서 접하게 환경 조성
각종 사전·도감·지도·지구본은 꼭 구비해야

[조선일보]

많은 부모들은 자녀에게 바른 독서지도를 시키려면 ‘독서 기술’과 ‘독서 방법’을 우선적으로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한다.

독서지도의 오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인데 어떤 책을 읽힐까요.”

“몇 권의 책을 읽혀야 논술을 잘 쓸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은 독서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연유에서 나온다.

“우리 아이는 과학책을 많이 읽어서 과학상식이 풍부해요.” “역사책을 많이 읽어서 역사에 관해서는 박사예요.”

이렇게 단순히 책의 스토리를 아는 것이 독서라고 왜곡하고 있다.

책의 스토리를 아는 것은 독서의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책을 읽어서 지식을 얻고, 정보를 얻는 단계는 가장 기초적 단계다.

이 단계를 뛰어넘어야 추론하고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쌓이면서 자기만의 생각의 세계인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확대이해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예를 들어 ‘개미와 베짱이’를 읽었다고 하자. 처음 단계에서 얻은 것은

“개미는 부지런히 일해서 겨울 양식을 준비하여 추운 겨울을 평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베짱이는 추운 겨울을 대비하지 않고 노래만 부르고 놀았기 때문에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었다”는

단순한 이야기의 줄거리다.

그러나 이 간단한 스토리의 지식을 토대로 추론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하면 “부지런해야 잘살 수 있고,

게으르면 불행을 당하게 된다”는 사고력을 얻게 된다.

여기서 다음 단계로 발전하면 “베짱이를 죽게까지 할 것은 없다.

생명은 귀중하고 소중한 것이니 베짱이로 하여금 겨울에도 노래를 부르면

그 대가로 먹을 것을 얻을 수 있게 하면 어떨까”라는 자기만의 사고의 경지까지 도달하게 된다.

이 단계까지 향상되어야 비로소 창의력을 발휘하고 독후활동인 토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우리 아이는 책을 200권이나 읽었어요.”라고 자랑하는 어머니도 있다.

적어도 초등 6학년까지 약 2000권의 책을 읽어야 독서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책을 읽은 후에야 중학교에 진학하면 두뇌 속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총동원해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독서 기술’과 ‘독서 방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아주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독서 환경 조성’이다. “책을 읽자”고 강조하기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의 눈길이 가는 곳에 , 손이 쉽게 닿는 곳에 책이 많이 구비되어야 한다.

그 방법은 거실을 도서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 거실 인테리어는 주로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조금은 사치스럽고 화려하게 꾸며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 거실을 부모형제가 모여 앉아 독서도 하고, 정담도 나누면서 가족 간의 신뢰와 사랑을 확인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창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제일 먼저 벽면에 책꽂이를 만들자.

문이 달려 있는 책장보다는 개가식 책꽂이가 아이들이 자유자재로 쉽게 책을 찾아 꺼낼 수 있고,

값도 저렴하여 경제적이다. 학년에 상관 없이 반드시 구비해야 하는 책이 바로 각종 사전 종류다.

각종 도감과 각 나라 지도도 꼭 구비해야 한다.

책꽂이 정리를 할 때는, 자녀의 책은 자녀의 눈높이에 꽂아둔다.

남은 벽면에는 아주 정밀하게 그려진 세계지도와 우리나라지도를 붙여 놓고 큰 지구본도 한쪽에 놓는다.


거실 한가운데 둥근 탁자를 놓아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독서도 할 수 있고 숙제도 할 수 있게 한다.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는 오디오는 책꽂이 곁에 보기 좋게 설치한다.

조명의 밝기는 책 읽기에 아주 적합한 밝기의 전등을 단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이나 소지품도 놓아 준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액자에 넣어서 벽에 걸어 놓고,

공작품도 전시해 놓으면 아이들에게 자랑거리가 되어 방과 더 친해질 수 있다.

TV나 컴퓨터는 부모가 사용하는 안방에 두어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


독서의 시작은 유아기이기 때문에 유아기의 아이가 있으면 책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말고 유아용 도서는 충분히 구입한다. 아이가 유아기에 책을 접하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지능지수가 높아지고,

독서습관이 조기에 형성되어 초등학교 시기의 학습지도에 많은 보탬이 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책은 역사, 과학, 인물이야기(위인전) 등 아주 다양한 종류가 있다.

반드시 출판사를 주의 깊게 보고 우량도서를 선택해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기가 선택한 책에 무척 애착을 느껴 그 책을 참 좋아하게 된다.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만화로 된 책을 읽혀서 내용의 이해를 돕는 것도 책을 가깝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중학생 도서는 특별히 중학생의 독서 능력을 참고로 하여 편집된 책이 구별되어 있지 않다.

교과학습 책 이외에는 중·고등학생 분별없이 책을 읽어야 한다.

한국문학전집, 고전문학, 세계명작, 장편소설, 성장소설 등이 있다.


거실이 도서실화된다면 아침에 기상하면 세수하고 아침 식사하듯이 자연스럽게 책을 잡는 습관을 익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교육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자녀교육으로 인한 부모의 고민도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유아 전 원광대 교육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