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아이 이야기

약지 긴 아이가 수학 잘한다

부비디바비디 2008. 6. 7. 08:26
[SCIENCEㅣ생활속 과학 ]

‘손은 제2의 두뇌, 발은 제2의 심장’이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그만큼 손과 두뇌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뜻이다. 일상 속에서도 ‘머리를 좋게하는 손가락 운동’ 등 손과 두뇌의 상관관계를 강조하는 운동이 인기를 끈다. 특히 유아의 경우 손과 발을 주무르면 두뇌 발달에 도움이 준다는 지적에 따라 일부 보건소에선 마시지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또 복잡한 수계산을 해야하는 프로 기사들의 운동 트랜드 또한 대부분 손으로 하는 운동으로 이어진다. 90년대 후반 탁구에 이어 2000년대 테니스, 2~3년전부터는 야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중장년 기사들은 골프를 선호한다.

최근에는 이 같은 손과 두뇌와 관련된 보다 실증적인 연구 결과가 제출돼 주목된다. 영국 배스 대학의 마크 브로스난 교수팀은 약지가 집게 손가락보다 긴 남자 아이의 경우 수학적인 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를 영국 심리학 저널(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5월호에 발표했다. 반대로 여자 아이는 집게 손가락이 약지에 비해 길면 언어적인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연관관계는 손가락 길이와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자궁 속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위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브로스난 연구팀은 74명에 이르는 6~7세 남여 아이들의 손가락 사진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들의 약지와 집게손가락의 길이에 따른 영국 표준 수학능력시험의 성적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남자의 경우 약지가 짧을 수록 수학적인 능력이 높게 나타났다. 또 여자 아이의 경우 손가락 길이 차이와 수학적인 능력과의 상관 관계가 없었지만, 약지보다 집게 손가락이 길면 언어 능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손가락 길이가 자궁 속에서 테스트오스테론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대한 노출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테스트오스테론에 대한 노출이 많을수록 약지에 대한 집게손가락의 길이가 짧은 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대한 노출이 많을수록 두 손가락의 길이가 유사해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미시간주립대학의 마크 브리드러브 심리학 교수는 “이번 성별 손가락 길이 관계는 성 호르몬의 역할을 막연하게 이야기한 것 뿐”이라며 “남성과 여성의 일반적인 호르몬 분포가 다르기 때문에 남여 개개별로 매우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확대 해석을 우려했다. 그는 이어 “손가락 길이 비교는 매우 불완전한 표시”라고 몰아 세우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브로스난 교수는 “손가락 길이로 SAT 테스트를 대신할 수 없다”며 “하지만 태반내 남성과 여성 호르몬의 상대적인 기여도를 체크하는 수단으로 유용할 뿐만 아니라 인지 능력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제외한 다른 교수들은 신중한 태도를 지키며, 여전히 손가락 비율과 태반 속 테스토스테론 수준의 상관관계를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를 유보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m.com)

2007년 06월 09일 (토) 09:51 헤럴드생생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