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과학 이야기

[푸른하늘] 우주 온도계는 몇도?

부비디바비디 2008. 5. 27. 14:40
4계절이 있는 우리나라. 1년 동안 계절이 바뀌면서 최고온도와 최저온도의 차이는 30도를 넘나들고 우리는 추위와 더위를 번갈아 느끼게 된다. 우주에서는 과연 어느정도의 온도변화가 일어나게 될까.

대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온도가 하루에도 200∼300도 이상을 오르내린다. 사람이 우주로 향하는 우주시대에 이렇게 큰 온도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우주인들에게는 큰 과제이지만 이러한 우주의 온도는 우주 생성의 비밀과 신비를 풀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우주의 평균온도는 영하 270.4도. 이론적으로 가장 낮은 온도인 절대온도(영하 273.4도)와 불과 3도 차이다. 하지만 이렇게 추운 곳도 햇빛이 닿으면 온도가 급격히 올라 100도를 훌쩍 뛰어넘는다. 달은 낮과 밤의 온도차가 260도에 이른다. 낮에는 평균 110도 정도지만 밤이 되면 영하 150도까지 떨어진다.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며 정거장을 조립하거나 수리하기 위해 우주 유영을 하는 우주인은 극한의 온도를 견디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우주복을 입는다. 11겹으로 된 우주복은 피부를 태워버리는 태양의 자외선을 막고 우주복 안에 산소를 채워 압력을 유지시켜 준다. 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보온장치가 설치돼 있고 인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혀주기 위해 냉각수도 흘려주도록 설계돼 있다.

우주의 급격한 온도 변화는 우주공간의 전자 장비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인공위성이나 국제우주정거장은 중요한 장비를 ‘다층박막단열재’로 감싸 온도를 유지한다. 다층박막단열재는 폴리에스테르를 여러 장 겹쳐 만든다.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는 일상복의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단열 효과가 뛰어나다.

하지만 우주의 온도가 우주를 알아가는 데 장애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존 매더 박사와 조지 스무트 교수는 우주의 온도를 측정해 우주의 기원을 밝힌 공로로 2006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미국의 ‘코비(COBE)’라는 인공위성이 관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우주의 정밀한 온도 분포 지도를 만들었다. 그들은 이 지도에서 우주의 온도가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 온도변화로 인한 대폭발로 우주가 탄생했다는 ‘빅뱅’ 우주론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했다.

한편, 미국은 우주의 높은 온도에서 발생하는 X선을 ‘찬드라 망원경’을 통해 측정하는 데 성공, 블랙홀의 실체를 밝히기도 했다. 블랙홀은 엄청난 중력으로 X선을 비롯한 모든 빛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직접 관찰할 수 없다. 하지만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별은 종이처럼 찢어지며 온도가 수백만도까지 올라가면서 X선을 방출한다. 이 X선을 관찰하면 블랙홀의 세기나 회전 유무도 알 수 있으니 온도가 블랙홀에 대한 좋은 힌트를 준 셈이다.

너무 뜨겁고 때론 너무 차가워 우주인들의 우주탐사에 장애가 되는 우주온도!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러한 우주온도변화를 통해 우주의 신비를 밝혀 낸다. 우주온도의 변화를 통해 밝혀지는 우주의 비밀. 아직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다른 비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글:전동혁 과학칼럼니스트· 자료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사입력 2008-05-12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