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과학 이야기

[이소연씨 ISS 입성] 무·콩 무중력서 어떻게 싹 틔우나

부비디바비디 2008. 4. 11. 14:15


[서울신문]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를 태운 소유스호와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도킹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이후 이씨가 수행할 18개의 실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주에서의 실험은 지구와 달리 중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져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생명공학 연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전체 예산의 20% 이상이 투입될 정도로 중요한 연구과제다. 향후 우주정거장과 우주도시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식량, 에너지 등을 주로 다룬다.

이씨는 11일부터 9일 동안 우주에 머물며 18가지 과학실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씨가 우주에서 맨 처음 수행하는 ‘우주 공간에서 식물발아 생장 및 변이 관찰실험’은 무중력 상태에서 무와 콩 두 종류의 식물이 어떻게 싹을 틔우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식물들은 지구에서 1∼2일만 길러도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지만 우주에서는 강한 태양복사에너지, 우주방사선 등으로 인해 생장에 방해를 받을 수 있다. 중력이 약하다 보니 어떤 방향으로 뿌리가 나아갈지 알 수 없다. 이씨는 실험 첫날부터 귀환 직전까지 식물 생장을 관찰하고, 이를 카메라로 촬영할 예정이다. 지상에서도 같은 실험을 해서 우주에서의 식물생장과 비교하게 된다.

우주에서 농사지어 식량자급 타진

실험을 제안한 강시용 원자력연구원 박사는 “우주인의 장기체류에 따라 연구 중인 우주식량 생산시스템 개발을 통해 우주에서 농사를 지어 우주에서 신선한 음식을 자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번째 과제인 ‘우주환경에서 초파리를 이용한 중력반응 및 노화 유전자의 탐색’은 초파리가 우주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관찰, 노화를 촉진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실험이다.

초파리는 사람과 유전자가 75%가량 같아 ‘모델 동물’로서 사람의 유전자 변화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초파리의 수명은 60일 정도. 초파리가 우주에서 열흘을 머물면 사람으로서는 10년 정도를 지낸 셈이 된다. 초파리의 변화를 관찰해 우주에서 장기간 머물다 온 인간의 유전자 변화를 예측하겠다는 것이다.

실험 설계자인 건국대 조경상 교수는 “실험에서 발견된 중력반응 및 노화 인자들을 잘 규명한다면 돌연변이 정보뿐 아니라 노화방지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주에서 한국인의 신체가 얼마나 변하는지를 알아보는 독특한 연구도 이뤄진다.‘미세중력에서의 우주인 신체(얼굴)의 형상 변화에 대한 연구’는 세계 최초로 ‘우주 부종’(우주인의 몸이 붓는 증상)에 대한 임상 자료를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초파리 변화로 인간의 노화인자 예측

지구에서는 중력이 있어 다리에 피가 몰리지만 중력이 없는 미세중력 상태에서는 상체와 머리의 혈액이 증가해 얼굴이 붓는 현상이 나타난다. 때문에 얼굴 부종을 연구해 다른 신체에 적용하면 우주에서의 한국인의 신체변화를 계량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람 안구압·심장변화 첫 테스트

‘미세중력이 안구안방에 미치는 영향 및 우주환경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 연구’도 이씨의 안압과 심박수를 체크, 장기간 우주비행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한다.

실험을 제안한 공군항공우주의료원 정기영 원장은 “우주비행에서 24시간 동안 안구압과 심장 변화를 연구실험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주환경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장기 우주 체류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실험을 주관하는 KAIST는 이번 실험을 통해 우주인의 귀 건강을 보호하는 귀마개를 개발하고, 이를 주변 환경과 착용하는 사람에 따라 보정가능한 일반용 귀마개로까지 응용한다는 계획이다.
기사입력 2008-04-11 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