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왜 어떨 때는 오른쪽으로, 어떨 때는 왼쪽으로 꼬리를 흔들까. 개가 꼬리를 흔든다고 무조건 반갑다는 표시일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대학 연구팀의 논문을 인용해, ‘상이한 감정 자극에 따라 개의 비대칭적 꼬리 흔들기 반응’에 대해 보도했다.

트리에스테 대학 연구진은 개 30마리로 실험을 실시했다. 개들에게 주인·낯선 사람·고양이·위협적인 개 등 4가지 대상을 각각 1분 동안 보여줬다고 한다. 실험실에 설치된 카메라는 정밀하게 개 꼬리 각도를 추적했다. 이 실험은 하루 10번씩 25일 동안 이뤄졌다.

개들은 주인을 볼 때, 오른쪽으로 치우치게 꼬리를 흔들었다. 가령 어떤 개는 주인을 보자 오른쪽으로 82도, 왼쪽으로 75도 각도로 흔들었다. 7도 정도 더 오른쪽으로 흔든 것이다. 낯선 사람을 본 경우, 주인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오른쪽으로 치우쳤다. 고양이를 볼 때는 앞선 두 경우보다는 덜 했지만 역시 오른쪽으로 흔들었다. 반면 위협적인 개를 보여줬을 경우, 꼬리를 왼쪽으로 흔드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의 발로티가라 박사는 “관심 있는 대상을 봤을 때 개는 꼬리를 오른쪽으로 더 흔들지만, 겁이 났을 때는 왼쪽으로 더 흔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꼬리의 오른쪽 근육이 긍정적인 감정을, 왼쪽 근육은 부정적인 감정을 반영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즉,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 꼬리를 오른쪽으로 더 흔들고,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는 왼쪽으로 더 흔든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뇌의 비(非)대칭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좌뇌와 우뇌가 맡는 기능이 서로 다르다는 얘기다. 새, 물고기, 개구리 등 대부분의 동물들에게 좌뇌는 이른바 ‘접근’ 및 ‘에너지 공급’과 관련이 있다. 인간에게는 사랑·애착감·안전·침착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과 연관이 있다. 반면, 우뇌는 ‘후퇴’와 ‘에너지 소모’를 담당한다. 인간에게는 공포나 우울함과 연관이 있다.

좌뇌는 몸 오른쪽을, 우뇌는 몸 왼쪽을 제어한다. 따라서 새들은 오른쪽 눈으로 먹이를 찾고, 왼쪽 눈으로 천적(天敵)을 감시한다. 인간의 얼굴 오른쪽 근육은 행복을, 왼쪽 근육은 언짢음을 표시한다.

신문은 이번 연구 결과가 다음 두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고 분석했다. 하나는 몸통 중앙에 위치한 개 꼬리도 좌뇌와 우뇌의 기능 차이, 즉 ‘뇌의 비대칭성’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 또 하나는 좌·우뇌 분리 사용이 인간 고유의 특징이라는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가 됐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좌뇌가 언어·논리 능력을 관장한다는 점을 들어, 동물에게는 그런 뇌의 비대칭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동물도 좌·우뇌를 다르게 사용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는 꾸준히 있어 왔다. 카멜레온은 왼쪽 눈으로 다른 카멜레온을 바라볼 때, 더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두꺼비는 왼쪽 영역에서 적이 침입해오면, 더 쉽게 달아난다. 같은 두꺼비가 먹이 사냥을 할 때는 오른쪽으로 혀를 뻗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좌·우뇌 구분이 ‘접근’과 ‘후퇴’라는 중요한 두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신경 조직이 원래 비대칭적으로 정보를 나른다는 이유도 있다. 피부·간·심장·폐 등 신체 기관에서 감지된 정보는 그 성격에 따라 다르게 뇌에 전달된다.

Posted by 부비디바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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