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하는 논술교실 1

- 논술, 아는 만큼 쓰고 쓰는 만큼 는다


김명원


1. 多讀 多作 多商量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글로 쓴 것을 설명문이라 한다.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주관적 견해를 밝힌 것을 논술문이라 한다. 따라서 논술 준비는 배경 지식을 쌓는 일과 가치관 정립, 즉 사고력 키우기가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논술문의 내용을 채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즉 논술을 잘하고 못하고는, ‘얼마나 많은 배경 지식과 얼마나 깊은 사고력을 지니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논술은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주장하여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글쓰기 방식이기 때문이다.

논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까닭은 아이들의 합리적이며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길러 주는 데에도 의의가 있지만 대학에서 논술의 비중을 많이 책정하는 데 있다. 논술문을 잘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숙고해 보는 것이 본 강좌의 목적일진대, 논술문 역시 글 쓰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는 우선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지의 고민부터 해보아야 한다.

글을 잘 쓰는 비법은 따로 있지 않다. 송나라 시대의 문장가인 구양수는 그 비법을 이렇게 말했다. “글을 잘 쓰려면 세 가지를 기억하라. 多讀, 多作, 多商量”.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진리라는 것은 이렇게 너무나 평범한 사실이라서 우리를 놀라게 할 때가 많다. 마찬가지로 논술의 비법 역시 너무나 평범한 데에 있다.

좋은 음식은 좋은 그릇에 담아야 하듯이, 좋은 내용은 좋은 형식에 담아야 한다. 논술문의 형식은 정서법, 구성, 어휘력, 단락 쓰기의 원리, 단계별 쓰기(서론, 본론, 결론 쓰기 요령) 원리, 원고지 사용법, 깨끗한 글씨 등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논술은 ‘아는 만큼 쓰고(내용), 쓰는 만큼 는다.(형식)’고 할 수 있다.

한 논술 지도 교사는 말한다. “나는 학생들이 써온 것을 첨삭하고 평을 해주고 다음 번에 또 써오게 한다. 마찬가지로 첨삭하고 평해주기를 반복하면 쓸 때마다 많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는 쓰는 만큼 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100번 듣는 것보다 1번 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이다. 이는 실제 훈련의 중요성과 시간의 집적에 따른 효용성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새겨 둘 만한 교훈으로 남는 이야기이다.

서울대의 논술 채점 발표에 따르면 2000학년도 논술 고사 채점 결과, 수능 점수가 높은 학생이 논술 점수도 높았다고 한다. 보통 수능 점수가 높은 학생은 배경 지식이 많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모든 학과 공부, 즉 수능 준비가 사실은 논술 준비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일단, 기본적인 지식이 갖추어져야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학년일수록 논술에 대해 두려움을 버리고 차분하게 지식을 습득해 나가면 될 것이다.

한 학생의 경험담은 논술에 대한 편협된 사고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논술 모의고사를 보면, 어떤 때는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 다른 때는 낙제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어 보았더니, 전에는 잘 아는 내용이 논제로 출제되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모르는 논제였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난다. 자신이 잘 아는 내용이 나오면 잘 쓴다. 그러나 잘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형편없이 쓰거나, 포기하고 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배경 지식을 쌓을 것인가?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교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라면 충분히 쓸 수 있는 논제를 출제한다고 발표한다. 실제로 기출 문제들은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내용들이다. 결국, 수업 시간에 열심히 공부하라! 그리고 책(교과서 포함 각종 도서 자료들)을 많이 읽어라. 그러고 나서 깊이 생각하고 많이 써 보아라. 이것이 논술 비법에 대한 기본적인 대안이다.

자, 이제부터는 세부적인 항목을 통해 논술을 잘 작성하기 위한 부분들을 점검해 보기로 하자.


2. 내 아이에 맞는 맞춤형 논술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2-1. 우선 책의 호수에 아이들을 빠트리자


책 읽기와 글 쓰기에 잘 길들여져 있는 아이는 그 연령에 맞는 추천도서를 권장하고 독서 목록을 만들도록 한다. 추천도서는 신뢰할만한 단체 등을 통해 수집한다. 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어린이도서연구회’(www.childbook.org)와 독서 교육과 학교 도서관의 발전을 위한 교사들의 모임인 ‘책으로 만드는 따뜻한 세상’(www.readread.co.kr) 등이 믿을 만하다. 한편 책 읽기와 글 쓰기에 부담을 느끼는 아이는 취미를 갖고 있는 책부터 권장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축구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축구에 대한 책부터 읽게 하고,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그 계통의 분야에 관한 책을, 패션이나 음악에 취미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그 쪽 관련 서적들을 읽게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책을 통해 자신의 흥미가 지식으로 발전해 가는 것을 감지하게 되고 책의 중요함이나 효용성에 대해 깊이 받아들이게 된다.


2-2. 아이의 수준에 맞는 독서 자료 찾기


각기 아이가 선호하는 독서 자료들은 따로 있다. 단행본에서 신문, 잡지, 화보 등 다양한 읽을 거리들이 아이마다 다른 특성으로 선택되어 질 수 있으며, 단행본 중에서도 소설, 시집, 수기집, 위인 전기물, 만화 등 중에서 아이의 수준에 맞는 것부터 시작해 본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독서 자료를 취택하는 것에 대한 내성이 붙으면, 그 때부터는 관심이 없는 분야에 대해서도 독서 자료를 발췌하도록 유도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권하는 것은 신문이나 잡지 등의 사설과 칼럼 등이다.

2-3. 독서 후에는 반드시 메모하는 습관을 갖게 한다


책이나 기타 독서 자료 등을 읽은 후에는 독서기록장이나 스크랩북을 따로 만들어 책이름, 저자, 출판사, 줄거리, 주인공들의 성격 유형, 감상문, 혹은 감명 깊었던 문장, 사설이나 칼럼 등에 대한 의견 등을 정리해 쓰도록 한다. 글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그림으로라도 표현해 보도록 하고, 그림 옆에 단 몇 줄의 문장이라도 글로 자신의 감상을 표현하도록 유도한다.


2-4. 독서를 통한 논제를 가지고 가족과 토론을 유도한다


책이나 기타 독서 자료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거나 의문이 가는 사항을 표시해 두었다가 부모가 먼저 아이에게 질문을 해보는 것이다. 일단 아이가 어떤 논제에 대해 찬성하는 쪽이면 의견이 같다 할지라도 부모는 반대되는 입장에서 끊임없이 異見을 제시하며 반론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아이가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의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논리의 중요성을 감지하고 개발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두발 자율화와 염색 문제, 교내 왕따 문제와 자살 사이트 운영, 인터넷 중독, 해외 조기 유학 등 학내 문제에서부터 시작하여 줄기세포 개발의 윤리성 문제, 유전자 조작 식품 개발, 북한 핵 문제 등 시사 문제로까지 다양하게 천착될 수 있다.


2-5. 토론 후에는 부모와 함께 문제 도출 과정에 대한 찬반론을 글로 정리해 본다


토론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각각의 의견을 말하며 논박하는 말하기 형태로 토론하기의 궁극적 목적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리적인 결정에 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토론에 의한 의사 결정 방식은 일방적 지시가 아닌 합의의 성격을 띤다. 논술 역시 문제해결과정으로써의 글쓰기라는 점에서 토론식 수업은 논술실력을 키워주는데 매우 효과적인 수업 방식이다.

그러므로 문제가 야기되는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첫째, 토론은 민주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의사 결정 과정이다. 따라서 민주시민의 기본자세를 터득하게 한다.

둘째, 토론은 서로를 인정하고 조화를 모색하여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서로의 대인관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시킨다.

셋째, 토론은 입체적이며 고차원적인 사고능력을 향상시킨다.

그러므로 토론을 통해 입수된 합리적이며 논리적인 사고를 그대로 글로 써보게 함으로써 논술로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이때 부모도 함께 논술문을 작성하여 아이의 의욕을 고취시킴과 동시에 두 가지 글을 비교 검토하며 재토론의 기회를 갖도록 한다.


2-6. 글의 구성과 제목 설정, 문단 나누기, 올바른 문장과 부호 쓰기, 정확한 원고지 사용법에 대해 공부한다


초고가 완성되면 글의 구성이 잘 맞는지, 제대로 문단은 나누어졌는지, 올바른 문장과 부호를 사용하였는지, 글의 내용과 알맞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제목이 설정되었는지, 원고지 사용법은 맞는지 등을 세심하게 검토해 본다.


2-7. 완성된 글은 논술 전문 선생님으로부터 첨삭 지도를 받게 한다


초고를 퇴고한 후에는 논술 전문 선생님으로부터 지도를 받게 한다. 부모가 해 줄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경우이겠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논술 전문 선생님으로부터 잘 된 점과 잘못된 점을 지도 받도록 한다. 첨삭 지도를 받은 후에는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고치게 한다. 고친 글을 다시 선생님께 보여드려 확인하게 한다. 여러 편을 써서 수정 지도를 받는 것보다 한 작품을 계속 고치면서 실력이 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3. 기초에서 중급 과정으로 진입한 후에는 논술 스터디 그룹을 만든다


논술 전문 선생님으로부터 일정 기간의 지도와 훈련을 마치면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끼리 스터디 그룹을 만드는 것이 좋다. 자주 원론적인 주제나, 시사 문제를 놓고 토론하면 많은 독창적인 생각들을 서로 나눠 가질 수 있다. 토론 후에는 자신들의 생각을 논술문으로 정리하여 써 보고, 쓴 것을 서로 돌려보며 첨삭하고 평을 해주면서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는 오히려 교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자연스럽게 학생들 간에는 도출되기 때문에 스터디 그룹에 참여한 전원이 얻는 게 많아진다. 비슷한 동년배들끼리 교감하고 이해하며 수용하는 폭이 확장되게 된다.

4.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해 감수성과 창의성을 도모하게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논술 실력은 배경 지식과 사고력의 깊이에 달려 있다. 논술을 잘하고 못하고는,?얼마나 많은 배경 지식과 얼마나 깊은 사고력을 지니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논술은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주장하여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글쓰기 방식이므로 자신의 주장에 대한 적절한 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 논거는 타당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것일 때 글이 참신해진다. 그러자면 배경 지식을 많이 쌓아두어야 한다. 즉 많은 여행과 문화 체험 프로그램의 참여, 연주회나 전시회의 관람, 봉사 활동, TV 교양 프로그램 시청 등 풍부한 지식과 상식을 갖춘 학생일수록 머릿속에서 골라낼 논거가 많아진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부모가 적극 추천해 준다.


5. 표현력은 어려서부터 길러준다


배경지식, 사고력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표현력이다. 표현력은 특히 짧은 시간에 향상되기 힘들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 가운데 배경 지식은 많으나 표현력이 부족해서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남이 잘 쓴 글을 많이 읽어보고, 일기나 메모, 낙서를 할 때도 반드시 마침표로 끝나는 완결된 문장을 쓰는 연습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이러한 모든 노력은 사실 고등학교 입학 이전에 차근차근 이루어져야 한다. 고등학교 재학 중에는 현실적으로 이런 노력을 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에게 양서를 많이 읽게 하면 아이들이 하는 말이 매우 예쁘고 고운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보게된다. 그러나 폭력적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을 많이 보여주면 비속어와 함께 거친 말을 쓰게 된다. 이것은 독서가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표현력을 키워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하는 사례이다.


6. 모범답안은 없다, 있다면 창의적인 개성에 있다.


수능시험만 끝나면 수험생들은 서점으로, 학원으로 몰려가 논술 모범답안을 찾는다. 심지어는 기출 문제에 대한 모범 답안을 20~30개 정도 거의 외워서 관련 논제가 나오면 쓰겠다는 학생들도 속출하고 있다. 각 대학교 논술 채점 교수들에 의하면 여러 학생들의 답안에 똑같은 예화들이 등장하고 논술참고서 답안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같은 참고서를 본 학생들과 같은 학원에 다닌 학생들이다. 그런 경우 최하점을 준다고 한다.

물론 논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습을 위해 참고로 볼 수는 있겠다. 하지만 자신의 답안에 활용할 계획을 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모범답안은 세상에 없다. 만약 있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참신하고 논리적인 머리와 경험으로 집적된 열정의 가슴속에 있다.


Posted by 부비디바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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